공부해서 남 주는 사람들이 만드는 ‘혁신 플레이스’
불과 5년 뒤 경영환경도 예측하기 힘든 세상이다.
공부해서 남 주는 사람들이 만드는 ‘혁신 플레이스’
제호 : 2019년 04월호, 등록 : 2019-04-10 11:35:57



불과 5년 뒤 경영환경도 예측하기 힘든 세상이다. 10년 뒤 회사의 비전은 더욱 제시하기가 어렵다. 특히 저성장의 기조가 이어지고 탈동조화의 시대에서는 업종별 희비가 명확히 나뉜다. 고도성장과 동조화 시대에는 남들과 비슷한 전략을 세워도 성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뚜렷한 전략적 차별점이 필요하다.
작년 12월 롯데인재개발원의 원장으로 취임한 전영민 원장은 이러한 경영환경에서 인재개발원의 나아갈 방향을 ▲전략적 통찰력을 가진 리더 육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피어십Peership 문화 구축 ▲지성-감성-영성을 지닌 사람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라고 밝혔다.
"롯데인재개발원은 조금 독특합니다. 단순히 직원 교육을 시키는 기관이 아니에요. 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피플 이노베이션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쉐어드서비스센터Shred Service Center입니다. 그 바탕에는 우리 구성원들이 단순히 '롯데'라는 조직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나가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임직원 역량Employee Ability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소명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Human Resource'가 아닌 'People'
롯데인재개발원에서는 HR이라는 용어를 잘 쓰지 않는다. HR은 사람을 자원Resource으로 여긴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에 그 대신 'People'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사람을 조직의 성과를 내기 위한 자원이 아니라 감성을 느끼고 새로운 영감을 구해 아이디어를 내어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소명의식과 영성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전영민 원장은 이러한 사람들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임직원들에게 기업이 주는 가장 기본적인 보상이라고 말한다.
"승진을 시키고, 급여를 많이 줬는데 회사가 망하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나가서 살 길을 찾을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조직에서만 활용 가능한 인재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직원 그 자체의 역량을 높여주는 것이 바로 인재개발원의 역할입니다. 우리 조직에 5~10년 있었다면 그 기간만큼 노동시장에서 더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죠.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리텐션도 중요하지만 조직을 떠나도 좋다, 우리 사회와 세계를 위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죠."
전 원장은 노동시장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을 강조한다.
"프로세스나 관념들을 당연하게 보지 말고 항상 의심해봐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매년 같은 작품을 내 놓으면 안 되겠죠. 새로운 것, 새로운 탐색, 새로운 방법론을 찾고 조금이라도 개선을 시키는 것이 디자이너의 태도입니다. 지난달에 했던 방법 그대로 이달에도 쓴다면 디자인 씽킹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현재 요구되는 태도입니다."
최근 롯데는 임원 교육 과정에도 디자인 씽킹을 접목시키고 있다.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들이 블록을 쌓고, 퍼즐을 맞추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롯데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결국 이런 훈련을 통해 일하는 태도, 현장의 프로세스 등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이것이 올해 롯데의 과제이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라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있다. 더군다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오랜 시간 일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이나 IoT가 일자리를 침범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양극단의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막막함, 기존의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죠. 앞으로 사람 구하기 힘들고 근무시간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재개발원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두려움을 깨고, 디지털을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롯데는 현재 오산캠퍼스를 새롭게 단장해 디지털 테크놀로지 전시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양한 디지털 콘퍼런스에서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해 직원들이 직접 보고, 느끼도록 만들고자 한다.
"디지털 기술이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돕는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인재개발원 직원들은 CES와 MWC 등 해외 콘퍼런스에 직접 다녀오고 회장님 및 CEO 대상으로 브리핑을 합니다. 경영진에서부터 기술이 멀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의 혁신을 돕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전 원장은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힘들어 하는 업무 대부분은 '반복적'이고 '꼼꼼하게 계산하고 따지는 일'이라며 이러한 일들은 인공지능이나 로봇, IoT가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디지털 기술은 어렵고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업무를 가볍고 즐겁게 만드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람은 고유한 힘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롯데는 5~6년 전부터 근로시간을 줄여왔다. 따라서 작년 한 해 기업들을 긴장시켰던 주 52시간제 시행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 40시간 이하로 줄어드는 환경을 준비 중이며, 이를 디지털 기술의 접목으로 풀겠다는 계획이다.
"혁신은 기술이나 소비자에 대한 이해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Wants와 Needs를 이해하고, 기술을 이해하는 교차점에서 생기는 것이죠. 기술만 아는 엔지니어는 절대 혁신할 수 없어요. 경영자와 마케터들은 기술을 알아야 하고 엔지니어들은 마케터의 생각을 알아야하죠. 이를 제공하는 것이 인재개발원의 역할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디지털 기술 교육을 시행해 왔지만 그 변화를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롯데가 잘 한다고 소문난 여성친화적 조직문화 역시 3~4년을 꾸준히 시행한 후에 비로소 눈에 띄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애자일 문화, 연구조직 운영
최근 HR에서는 '애자일'이 화두이다. 애자일을 주제로 많은 세미나가 열리고 있고 각 기업들은 애자일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개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 원장은 여기에 대한 쓴 소리를 던졌다.
"아마존이나 에어비앤비는 하루에 홈페이지를 몇 십번씩 업데이트 합니다. 수천 명의 프로그래머들의 담당영역이 나뉘어 있고, 계속 코딩하고 업데이트를 해나가죠. 별로라고 하면 다시 하고, 괜찮다 하면 업데이트 하고, 그 과정이 반복돼요. 실무자들이 실험적인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런 방법이 모든 기업에 적용될까요?"
그는 반도체 회사가 공장설계에 1년이 걸렸는데, 엔지니어 한 사람만의 생각으로 이를 바꿀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또한 공장설계에 1년이 걸린 그 방식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 있냐고도 물었다. 전 원장은 모든 부분에서 무조건 애자일이 접목되는 것이 아니라 각 조직에 맞게 적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롯데는 다양한 연구조직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화를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기존 진출 국가에서의 사업 기회 발굴과 새로운 국가와 미래형 사업 기회를 위해 각 이슈에 맞는 연구조직을 가져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에 사업 기회가 있다면 롯데가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사업계획을 세워보도록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를 연구하기도 하고, 그 사업이 실제로 진행되면 바로 투입되는 식이다. 전 원장은 이것이 바로 롯데의 애자일 방식이라고 말한다. 현업의 전문성을 가진 수많은 인재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기회가 주어질 때 빠르게 투입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신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주는 형식입니다. 실제로 연구회에서 시도됐던 것들이 본 사업에 적용된 케이스도 많습니다. 기존의 프레임에서는 굉장히 꼼꼼하게 따지고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았다면 연구회를 통해 시도해보고, 안 되면 다시 하는 한국형 애자일 방식이 만들어진 것이죠."
이런 차원에서 롯데인재개발원은 타사의 인재개발원과는 움직이는 방향이 다르다고 감히 말한다. 롯데인재개발원은 한마디로 '공부해서 남 주는 조직'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신규 사업을 탐색하게 되고,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베이스캠프가 된다. 한편으로는 전략적 통찰력을 개발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고, 디지털 기술을 익숙하게 만드는 혁신 플레이스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전 원장은 인재개발원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HRD에 한정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전 원장은 마지막으로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소명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위 말하는 명분, 공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롯데의 이익만 내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을 감성과 영성을 가진 존재로 보고, 회사를 나가서도 자신의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인재개발원의 역할이라고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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