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행정안전부 2023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약 226만 명. 우리나라 총인구수 대비 4.4%인 수치다. 이제 대한민국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외국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니디 아그르왈은 JTBC의 <비정상회담>, MBC의 <별다리 외사친>,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인도의 문화를 알리고 있는 방송인으로 오늘도 한국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오해를 푸느라 분주하다. 올해로 한국 생활 9년 차라는 니디를 이태원에서 만났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출사표를 던지다 니디는 연세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를 수료하고, IT 광고 플랫폼 몰로코에 입사했다. 이후 2019년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인도지사장을 경험한 글로벌 인재다. "제가 의대 시험에서 떨어지니 어머니께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요. 집에서는 시집을 가든지 아니면 아버지의 회계 회사를 물려받으라고 했지만, 저는 '그렇게 하면 내 미래가 정말 해결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아무리 가족이어도 누군가의 간섭없이 제 미래는 제가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더 넓고 큰 세상에서 혼자 힘으로 내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라고 결심했죠." 과거,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 제도가 있었다. 지금은 헌법으로 카스트 제도를 엄격히 금지하지만, 여전히 인도 사회에는 신분 제도에 의해 보이지 않는 출세의 장벽이 존재한다. 인도인들은 이 장벽을 뛰어넘을 유일한 길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도 최고 명문대로 불리는 '인도공과대학교(IIT)'에 입학하기 위해 전국에서 해마다 20만 명이 넘는 인도인들이 '코타Kota'라는 도시로 몰려든다. 코타는 인도의 입시 학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대치동이자 노량진인 셈이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IIT에 입학한 수재들은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를 점령하고 있다. 우리도 잘 아는 구글의 CEO인 순다르 피차이, 트위터의 CEO인 파라그 아그라왈이 이들이다. "수많은 인도인이 이미 미국, 영국 등지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저는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인도인들이 진출하지 않은 곳, 인도인들이 없는 블루오션Blue Ocean 국가를 찾던 중 한국을 알게 됐습니다." 낯선 기업 문화에 당당히 맞서다 니디는 처음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결국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은 우리나라 IT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맹활약한 덕분이다. "삼성이나 LG 같은 한국 기업들은 제가 어렸을 때도 인도에서 많이 들어본 세계 기업이었어요. 그런데 한국 IT기업에서 인도 개발자를 워낙 많이 스카우트하는 바람에 저는 그곳들이 인도인이 설립한 IT기업인 줄로만 알았죠. 나중에 보니 한국에 기반을 둔 회사더라고요." 니디는 인도에 비해 한국의 인구수가 무척 적은데, '이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들을 많이 배출하게 됐을까?'가 궁금했다고 한다. 이 궁금증은 곧 호기심이 됐고, 그는 한국에 가면 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에 온 후 3개월 만에 살이 8kg까지 빠졌어요. 먹을 것이 많은 나라지만, 한국말도 제대로 못 했고 채식주의자인 저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길을 걷다 채소를 파는 어르신들을 보면 먼저 다가가 일부러 말을 걸면서 한국어를 익혔어요." 처음 한국에 발을 내디뎠을 때, 그가 가장 처음 겪었던 난관은 '음식'과 '언어'였다. 음식과 언어의 장벽도 만만치 않았건만 한국 기업에서 마주한 한국의 조직문화는 인도의 그것과는 아주 달랐다. "업무 중에 모르는 것이 생겨서 회사 동료나 상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다들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보면 나오는 내용인데, 왜 물어?'라고 하더라고요. 인도에선 모르는 것이 생기면 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싶어서 '이 문제를 잘 아는 사람에게 물으면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걸 '스스로 해결하지 않는다'고 여기더라고요. 이런 점이 인도와 달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또, 인도와 한국의 조직 업무 프로세스가 다른 부분도 있었다. 인도는 문서화Documentation보다 미팅이나 유선 전화같은 대면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은 이메일, 사내 메신저 등 업무 대부분을 문서로 처리한다. 아직 한국어가 미숙했던 니디는 낯선 나라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내다 첫째로 구성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다양성Diversity'과 '포용성Inclusion'을 중시했다. 니디는 요리는 잘하지만 베이킹 경험은 없었다. 그래서 과자 레시피를 처음 개발할 때 베이킹 경험이 있는 실무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JPG) "처음 과자를 개발할 때 생산팀과 자주 미팅을 해야 했는데, 어느 일이든 그 일을 직접 하는 실무자가 그 일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생산팀이 과자를 만들 때, 어떤 이유로 과자 생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배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추가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고 생산팀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피드백들을 실무에 반영했죠."둘째로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혁신을 과자에 접목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구성원들로부터 레시피 관련 아이디어를 듣고, 이 아이디어가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좋아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저희 직원들이 먼저 좋아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모두가 함께 만드는 회사를 말이죠." 그러면서 니디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며 분주해 보였다. 유튜브 채널 <인도 인사이드>를 운영하며 인도의 문화도 알리고,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인도 관련 사업들도 우리에게 소개했다. 그는 변함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저는 한국 기업 중 인도에 진출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꼭 도움을 주고 싶어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시장의 문을 두드리지만, 한국 기업들은 인도 시장의 어려움을 이유로 아직 주저하는 것 같아요. 이럴 때 인도인들은 '실패하면 뭐 어때?'라고 해요. 저도 한국에서 '한글과자'라는 새 사업을 '뭐 어때? 해 보는 거지' 하며 시도하고 있죠. 그러니 고민하는 분들께 '실패만큼 좋은 경험은 없으니 실패하더라도 다른 솔루션을 찾아 도전하면 된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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